정영오 행정학박사

청렴연수원 청렴교육전문강사

목민심서(牧民心書) 율기(律己, 자기관리)편 제1조 칙궁(飭躬, 바른 몸가짐)에는 “毋多言(무다언), 毋暴怒(무폭노)”라는 글이 있다. 목민관은 말을 많이 하지 말고, 조급히 화를 내지 말라는 것이다. 스스로 감정관리(mind control)를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茶山은 “백성들은 목민관의 언행을 세세히 살피고 의심쩍게 탐색하여 온 고을에 퍼뜨린다. 군자는 집안에서도 말을 삼가야 하거늘, 벼슬살이할 때는 더 강조할 필요가 있겠는가. 비록 시중드는 아이나 종이 어리고 어리석다 해도 여러 해를 관청에 있으면 백번 단련된 쇠와 같고, 기민하고 영리하여 엿보고 살피는 것이 귀신과 같다. 관아의 문을 나서면 세세한 것까지 누설하고 소문을 낸다. 이는 내가 귀양살이 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그러니 목민관이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설명하고 있다.

말을 많이 하면 실수하기 마련이다. 필자는 공직생활 동안 수많은 상관을 접하면서 바르지 못한 말로 시끄러움을 유발한 일들을 수없이 경험하였다. 발 없는 말이 千里(천리)를 가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언행은 주민들에게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자기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거나 깊은 생각 없이 뱉은 말은 회귀 본능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화가 되어 돌아온다. 자신의 실수는 아랑 곳 하지 않고 퍼뜨린 사람이나 전달한 사람만 찾는데 열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남을 탓하기 이전에 자신의 언행을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말을 많이 하지 말라는 다산의 毋多言(무다언)의 경구를 되새김질해 보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茶山은 “벼슬살이에 임하는 자는 조급히 성내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수령은 형벌의 권한을 쥐고 있으므로 무릇 그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한다. 그의 조급한 노여움에 따라 급히 형벌을 시행하게 되면 온당치 못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다산은 조급히 성내는 병통이 있는 자는 평소에 ‘怒則囚(노즉수) 석 자를 가슴에 새겨두라고 말한다. 즉 성이 나거든 그것을 가슴에 가두어 두라는 의미이다. 그렇게 하면 문득 성이 날 때는 스스로 깊이 깨우쳐 억제할 수 있고, 하룻밤을 생각하고 혹은 사흘을 두고 생각하면 기꺼이 이치에 따라서 온당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산이 지적한 조급하게 성내지 말라는 毋暴怒(무폭노)의 의미는 직장인이나 사회인 모두에게 교훈일 것이다. 필자가 근무할 때 다혈질의 냄비 근성의 상사 한 분이 있었다. 잘 못 걸리면 벼락총소리가 난다. 그 분의 책상 위에는 ‘一笑一少(일소일소), 一怒一老(일노일노)’라는 큼직한 글이 씌어있다. ‘한 번 웃으면 더 젊어지고, 한 번 성내면 더 늙는다’는 의미이다. 자신의 성질을 잘 알기 때문에 책상 위에 붙여 놓았을 것이다. 성났을 때의 언어는 체면을 차리지 못하게 되니, 성이 가라앉은 연후에 생각해보면 자신의 비루하고 좁은 속을 온통 드러내 보인 꼴이라고 후회하기도 했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풀어지는 것도 으레 빠르다. 회오리바람은 아침 내내 불지 않고 소낙비는 종일 내리지 않는 이치이다. 성격은 불같지만 그렇다고 경솔하거나 즉흥적이지 않은 진중하고 훌륭한 지도자였다.

茶山은 수령이 아전과 하인을 대할 때에는 “宜莊和簡默(의장화간묵)”해야 한다고 했다. 즉 마땅히 장중하고 엄숙하며, 화평하고, 대쪽같이 바르고, 과묵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아전과 하인을 경솔하게 대하여 체모를 손상해서는 안 되며, 뽐내고 잘 난 체해서도 안 된다. 장중하고 화평하면 될 것이니, 오직 묵묵히 말하지 않는 것이 최상의 묘법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공무원은 공무를 집행함에 있어서 ‘平靜心(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성격에 치우친 곳은 없는지를 찾아 바로잡아야 한다. 유약함은 강하게 고치고, 게으름은 부지런하도록 고치고, 지나치게 굳센 것은 관대하도록 고치고, 지나치게 흐트러진 것은 위엄 있게 고쳐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毋多言(무다언), 毋暴怒(무폭노)”의 飭躬(칙궁, 몸소 경계해야 할 바른 몸가짐)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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